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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무엇을 개발할까?

예술적 전처리

orthanc 2021. 4. 29. 23:29

까뮈의 시지프 신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부조리한 창조에 나오는 다음 구절들이다.


"부정적인 사고만큼 예술에 이바지하는 것은 없다.
마치 백색을 이해하자면 흑색이 필요하듯이...
'부질없이' 작업하고 창조하는 것, 진흙으로 조각품을 만드는 것, 자신의 창조에 미래가 없음을 아는 것,
자신이 만든 작품이 하루 사이에 부서져버리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근본적으로는 수세기에 걸친 장구한 미래를 위하여 건축하는 것처럼
아무 중요성도 없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
나날의 노력, 자기 억제, 진리의 한계들에 대한 정확한 판단, 절도와 힘...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것을 위해서'이고
끝없이 되풀이하고 제자리걸음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위대한 작품은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오히려 그것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시련과
인간이 그의 망령들을 이겨내고 자신의 적나라한 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리라."

위 텍스트에서 말줄임표로 되어 있는 구절들은 원문에서 발췌, 생략한 부분들이다.

내가 임의로 문장들을 건너뛰며 편집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장부호들이다.

원문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말줄임표를 씀으로써 생기는 여운은
문장을 읽어나가다 잠시 멈춰서 앞선 구절을 곱씹어보게 만드는 공간이기도하다.
동시에 작가의 문체(여기서는 나의 문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단어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단어 너머의 단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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